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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다문화뉴스] 다문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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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댓글 0건 조회조회 3,580회 작성일 15-02-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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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다문화뉴스] 제44호 29면
2015년 1월1일~1월15일

칼럼 수기
다문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한국에서 다문화가 이야기된 지 어느덧 7, 8, 효과를 의문시하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들 역시 만만치 않다. 우려들과 비판의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그러나 불완전하고 삐뚤어진 제도에 대한 비판이 더 깊은 관용과 자율의 즐거움이 향유되는 보다 인간적이며 풍요로운 사회를 거부해야 하는 이유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전세계가 놀랄 정도로 열심히다문화를 해왔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우리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몰두한 다문화가 사실은 내 삶과 분리된 일의 목록일 뿐이었다는 점이다. 일의 목록으로서 다문화는 관용과 포용의 뿌듯한 긍지를 경험하게 해주지만, 때로는 혹독한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가장 숭고한 이타주의자가 하루 아침에 가장 완고한 배타주의자로 변신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의 뜨거운 다문화는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일에 성공했지만 다문화 가족이 느끼는 차별의 정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2015, 이제 다문화는 일의 목록에서 삶의 기술과 새롭게 시작될 수 있어야 한다. 나 혹은 우리를 상대화하는 불편함이 없다면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불편함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면 낯선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기대하지 않은 즐거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우리 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여러 문화를 가진 사람들로 늘 북적북적댄다. 공통으로 사용할 어휘의 가짓수가 몇 개 안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나고 유쾌한 활력이 뿜어져 나온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불쌍한 사람, 도와줘야 할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그들은 밝다. 그들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늘 웃고 있다. 낯선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기심만큼이나 경이로운 것과, 감동적인 것의 가짓수도 많아지게 마련인 것이다.

삶의 기술로서 다문화를 즐기고 누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내가 모르는 인생 역시 나의 인생만큼이나 소중하다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를 내 삶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일 역시도 중요하다. 인간의 삶에서 먹고 사는 문제 못지않게 문화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먹고 살만하지도 않은 주제에 문화는 무슨 문화라는 생각에 여전히 매여있다면 문화는 결코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재평가되기 어렵다.

결국, 삶의 기술로서 다문화는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며, 내 삶의 지평을 문화의 영역으로 풍요롭게 확장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고유한 빛깔과 언어로 당신만의 삶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망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당신과 나의 다문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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